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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by 책하나 2020.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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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가이자 소아정신과 의사인 한성희 님의 책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를 소개합니다.
저자는 딸이 공부를 위해 떠난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고 남자 친구를 만나 결혼하겠다고 하자, 딸이 품 안의 자식이 아님을 깨닫고 이제 딸을 떠나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진료실을 찾은 수많은 사람에게 해주었지만, 정작 30년을 키워 온 딸에게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딸 또래인 청춘들에게 말합니다. 모든 것을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지금 불안하다면 인생을 잘살고 있다는 증거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책의 내용에서 두 가지 정도만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모두를 만족 시키는 선택이란 없다.입니다.
저자가 싫어하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은 ‘삽질하다.’라는 말입니다. 사전적 의미는 ‘헛된 일을 한다’라고 적혀있습니다. 빠른 길을 놔두고 한참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하거나, 결과와 전혀 상관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에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세상에 헛된 일이라는 게 있을까요?
모래성을 쌓아 본 사람만이 모래성을 잘 쌓는데 필요한 모래와 수분의 양을 가늠할 수 있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법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우리는 가야 할 길을 걸어가기도 바빠요. 괜히 삽질했다가 손해 보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하며 삽질을 손실개념으로 이해하는데, 그러나 눈앞의 결과와 상관없다고 해서 삽질을 손해로만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전문가란 자기 주제에 관해서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잘못을 이미 저지른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은 삽질이 손실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삽질의 콘텐츠가 차곡차곡 쌓이면 그것이 성공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자 한성희 님은 어린 시절 인형 옷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뜨개질로 목도리도 뜨고, 옷본으로 원피스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대학에 들어와 바빠진 이후 더 이상 옷 만드는 놀이를 할 수 없었습니다. 어릴 때 쌓은 바느질 실력은 다 큰 다음 엉뚱한 곳에 쓰였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처음 환자의 상처를 봉합하는 시술을 하게 되었는데 뜻하지 않은 칭찬을 듣게 됐다고 합니다. 진짜 처음 해보는 게 맞느냐면서.
지금 하는 삽질이 훗날 어떻게 쓰일지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마흔이 넘어서 데뷔한 이래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긴 고 박완서 선생님은 ‘인생은 과정의 연속일 뿐 결말이 있는 게 아닙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쓸데없어 보이는 일에 매우 인색합니다. 직업이든 취미든 어떤 일을 시작했으면 노력한 만큼 반드시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청춘의 객기라는 말이 통했고, 모험이야말로 젊은이의 특권이라 여겼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시행착오가 적은 길, 남들이 이미 검증해 놓은 길을 택하는 게 안전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시도해 본 경험, 그 씨앗이 뒤늦게 마흔 살이 넘고 쉰이 지나서야 꽃을 피울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사이토 시케타가 말합니다. “많이 넘어져 본 사람일수록 쉽게 일어선다. 반대로 넘어지지 않는 방법만을 배우면 결국에 일어서는 방법을 모르게 된다”
삽질의 부재가 주는 가장 큰 폐해가 뭘까요?삽질로 각종 유기물이 자라는 환경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삽 뜨는 법조차 모릅니다. 삽질의 부재는 경험의 부재이며, 경험의 부재는 그 사람 능력의 크기를 제한해서 설사 포크레인이 바로 옆에 있어도 절대로 웅덩이를 팔 수 없게 만듭니다.
프랑스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는 ‘나는 현명한 외면보다는 열정적인 실책을 좋아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것을 시도하면 실수도 잦겠지만 그만큼 인생에 후회도 적습니다. 더군다나 세상에 모든 조건과 모든 사람을 만족하게 하는 완벽한 선택은 없습니다.
그러니 손실이 적은 선택지를 기다리느라 주저하거나 기회비용이라는 말에 움츠러들지 맙시다. 이렇게 쌓인 경험이야말로 당신만의 독특함이자, 여러분 인생의 진정한 무기가 됩니다.

다음은 ‘내가 나를 돌보지 않았을 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예측불허의 세상에서 무엇이 우리를 단단히 지켜줄까요? 건강, 돈, 직업, 부모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런 것들을 다 가지고도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때론 자살로 모든 것과 이별을 고하는 걸 보면, 마음이 무너지면 돈도 건강도 사회적 지위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우리 마음은 한순간 무너져 내립니다. 친구가 무심코 내뱉은 “넌 너무 찌질해”, 엄마가 무심결에 툭 던진 “네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같은 말에 마음은 순간 조각나 버립니다.
몸이 아프지 않게 조심하듯 마음도 상처 입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해야 합니다. 마음을 보호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최적화하고 평온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불필요한 스트레스에 더 이상 찌들지 않고, 왜곡된 갈등에 마음이 피폐해지지 않도록 미리 방지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은 억누르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불안, 두려움, 공포, 분노처럼 듣기만 해도 피하고 싶은 감정을 원할까요? 그러나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겠다고 감정의 통로를 막아버리면 기쁨, 행복, 환희 같은 긍정적인 감정까지 제한되기 마련입니다.

https://youtu.be/h6nJir0_4_g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마음속의 지옥을 피하려고 하면 마음속 천국도 멀어진다”라고 말했습니다. 자기 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자기 안에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들을 허락한다는 뜻입니다. 감정은 모른 척하고 억누르면 언젠가 튀어나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방식과 강도로 튀어나오면 참 난감해집니다. 그래서 감정도 적절한 한도 내에서 흐르도록 바라봐 주고 인정해 줘야 합니다. 수치심, 죄책감, 불안, 시기심 등이 올라와도 “이런 느낌이 드는구나. 당연하지.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게 사람이니까. 좀 잘해 보려고 그런 거잖아. 충분히 이해해” 하는 식으로 다독여 줘야 합니다.
마음도 힘들어지기 전에 미리 쉬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힘들면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예쁘고 멋있는 것들을 보러 다니라는 말입니다.
한가한 소리 하지 말라고 할 수 있지만, 아닙니다. 중간중간 쉬어 주는 것이 마음의 탄성을 유지하는 ‘가성비’ 좋은 방법입니다. 마음이야말로 크게 다치면 회복에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책은 저자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이지만, 이 시대 청춘들의 고민과 갈등, 문제들에 대해 엄마의 마음으로 위로하고, 정신의학자로서 따뜻한 처방들을 내려줍니다.
중복된 내용도 있지만, 목차를 보면서 나에게 맞는 상황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책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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