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교수의 책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바로 그 길목, 그 관문들에 대한 생각을 모은 것입니다. 인생의 정답을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생의 관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저마다 다르고, 때마다 다른 답이 있을 뿐, 실은 그것이 정답 인지 여부조차 확인할 길 없는 게 인생입니다.
이 책은 인생에 해답을 주거나 성공을 기약하는 것과 거리가 멉니다. 나무라거나 명령하지도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그저 다 옳고 괜찮다는 식의 값싼 동정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로 듣는 인생론은, 꽤 좋을 것입니다.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고, 슬쩍 미소 짓다가 혹은 눈물도 훔쳐보며, 때론 마음을 스스로 다지고 때론 평화롭게 마음을 내려놓으면 그만입니다.
저자는 시를 통해 인생을 보게 하고, 그의 해설을 통해 우리 마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전체 일곱 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 일곱가지의 테마 별로 두 코스씩, 열네 가지 인생 여정에 관한 강의를 담았습니다.
이 중에 밥벌이의 일부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사설시조 한편을 읽어드리겠습니다.
중과부적 衆寡不敵
김사인
조카 학비 몇 푼 거드니 아이들 등록금이 빠듯하다.
마을금고 이자는 이쪽 카드로 빌려내고
이쪽은 저쪽 카드로 돌려 막는다. 막자
시골 노인들 팔순 오고 며칠 지나
관절염으로 장모 입원하신다. 다시
자동차세외 통신요금 내고
은행카드 대출 할부금 막고 있는데
오래 고생하던 고모 부고 온다. 문상
마치고 막 들어서자
처남 부도나서 집 넘어갔다고
아내 운다.
‘젓가락은 두자루, 펜은 한자루 ....... 중과부적.’
이라 적고 마치려는데,
다시 주차공간 미확보 과태료 날라오고
치과 다녀온 딸아이가 이를 세 개나 빼야 한다며 울상이다.
철렁하여 또 얼마냐 물으니
제가 어떻게 아느냐고 성을 낸다.
공감이 가시나요? 각자의 형편보다 더할 수도, 덜할 수도 있겠지만, 무슨 느낌인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내가 아무리 이 카드로 저 카드로 돌려막아도 세상은 나를 괴롭힐 카드가 언제나 더 많습니다. 중과부적 衆寡不敵 인 것이죠. 이기려야 이길 수가 없습니다.
허영이나 사치를 부린 대가라면 참기라도 하죠.
까짓거 조카 학비 난 모른다 하고 두 눈 질끈 감았으면 될 일인데 어찌 그걸 모른척할까요
그래서 다는 아니고, 몇 푼 거든 것뿐인데, 웬걸 그 때문에 정작 내 아이 등록금 낼 돈이 빠듯합니다.
부모님 팔순 생신도 모셔야 하고, 장모님 입원비도 내야 하고, 처남 부도에 아내는 울고, 눈치없는 과태료는 이럴 때 날아오고, 치과 치료비 걱정에 혼이 달아나려는데 딸아이조차 내게 성만 내고 앉았으니, 점입가경, 설상가상이 이를 두고 나온 말이겠죠.
사오십 대들의 삶은 이렇습니다. 스트라이커 같은 인생을 바랬지만, 평생 골기퍼처럼 막기만 하는데, 적들의 파상공세는 잦아드는 법이 없고, 나를 돌아줄 수비수는 온데 간데 보이질 않습니다. 고된 일이야 참을 수 있지만, 그 고된 일이나마 언제까지 주어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생 이모작이니 삼모작이니 하지만, 아직은 어딘가 씁쓸하게 들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내가 이러려고 이 일을 했던가, 이렇게 되려고 그렇게 애쓰며 살아던가 하고 말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보람이 있는 일을 찾습니다. 아무리 밥벌이라 하더라도 그냥 밥만 벌어다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일에서 가치를 느끼게 되면 그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길일수록 힘이 듭니다. 위험합니다. 더럽습니다. 이른바 흙길입니다. 하지만 모든 꽃길은 그 밑에 흙을 깔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됩니다. 흙길이 아니면 꽃을 피울 수 없습니다. 흙길이 곧 꽃길입니다.
지구 밖 절대적인 시선에서 우리 인간들을 한 번 내려다보는 겁니다. 우리가 우리를 볼 때는 허무하기만 한 몸부림 같았는데, 절대자의 시선에서 보면 우리는 참 처연하고 장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입니다. 생판 모르는 남들과 만나서 가족을 꾸리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먹고, 열심히 섹스하고, 열심히 자식을 낳고, 그러다 늙어가고 병드는 이 모든 생애과정, 생의 명령에 순종하는 이 존재들의 행위와 자세가 눈물겨운 겁니다.
https://youtu.be/MR2yE-qFh-o
이 책은 방법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를 통해서 삶을 바라보고, 공감하고, 슬퍼하고, 슬며시 미소짓게 만듭니다.
그러나 자기계발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나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통해, 나를 볼 수 있다면, 바로 자기계발의 시작이겠지요.
책 [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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