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유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건 부모의 유전자로 결정’ 된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100% 맞다고 할 수 없습니다. 공부는 부모의 생물학적 유전자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물론 타고나는 아이들은 분명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비율적으로 10%의 아이들이 바로 공부 머리를 타고 태어납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90%의 아이들은 공부 머리가 없다고 볼 수 있겠지요. 우리 아이도 확률적으로 공부 머리 없이 태어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기초지식을 다루는 공교육에서는 공부 머리가 성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성적에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부모가 공부를 잘해 본 적이 있느냐’는 사실입니다. 공부를 잘 해본 경험이 없는 부모가 아이의 공부를 돕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공부 잘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유전되지는 않지만, 심리학적인 측면에서는 유전된다고 봐도 무리가 없습니다. 심리 사회적인 특성들은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상당 부분 유전되며 학업 성취도에도 상당히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렇다면 공부를 잘해 본 적이 없는 부모가 자녀를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요? 오늘 책 [완전 학습 바이블]을 통해 이 부분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처음 질문의 답은 가능합니다.
공부를 잘해 본 적 없는 부모도 자녀를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습니다.
전제 조건은 부모가 공부를 어떻게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입시에 성공할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장착하면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학습 방법’과 ‘학습 동기’입니다.
그렇다면 학습 방법과 동기는 누가 계발해 줄까요? 바로 부모입니다. 부모의 양육방식이 자녀의 학습 방법과 학습 동기의 수준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는 자신의 양육방식을 반드시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차츰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저자는 ‘공부 정서가 나빠졌다’라고 표현합니다.
‘공부 정서’란 공부에 관한 정서적 경험의 반복으로 인해 쌓인, 공부를 떠올릴 때 느껴지는 고착된 정서 상태를 말합니다. 많은 부모는 아이를 공부시키는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공부 정서가 나빠지는 것을 신경 쓰지 못합니다.
공부를 좋아하는 아이로 만드는 것은 꽤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지만,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로 만들기는 매우 쉽습니다.
처음부터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아이는 공부라는 활동을 통해 어떤 심리 사회적인 경험을 겪게 되고, 그것을 통해 공부가 ‘좋다’ 혹은 ‘싫다’라는 하나의 감정 상태를 가지게 됩니다. 공부 정서가 나빠지면 그것은 아이의 학업을 모든 면에서 방해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부정적인 공부 정서를 가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일입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는 제1의 조건은 긍정적인 공부 정서를 기르는 일입니다.
학습과 관련하여 부모가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첫 번째 일은 공부 정서를 망치지 않는 일입니다. 부모님들은 아이에게 문제집이나 학원을 권유하기 전에 아이가 어떤 학습 태도와 어떤 정서를 가진 사람으로 자라나고 있는지 먼저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공부 정서란 공부에 대해 느끼는 일종의 평균적인 감정 상태입니다. 아이에게 ‘넌 공부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들어?’라고 물어봤을 때, 아이가 즉각적으로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감정이 바로 공부 정서입니다. 대부분 아이는 자신만의 공부 정서를 지니고 있습니다.
공부는 이성적인 일이지만 감정 상태가 공부에 영향을 줍니다. 정서가 차분히 안정되어 있지 않을 때 이성적인 힘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불안한 정서를 가라앉히기 위해 뇌 에너지가 많이 사용되면 인지적인 학습 활동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해집니다.
뇌과학을 통해 밝혀진 사실도 일치합니다. 인간의 뇌는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와 이성을 관장하는 ‘신피질’로 나누어져 있는데, 감정의 뇌가 많이 사용될 경우 이성의 뇌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없으므로 이성적인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됩니다.
아이가 공부에 집중하려면 집중하고 싶은 감정,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공부 정서가 나쁜 아이들은 집중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런 감정을 느끼지도 못합니다.
인지의 힘이 발휘되려면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을 때 감정의 뇌로부터 공부에 에너지를 써도 된다는 허락을 맡아야 가능한데, 공부 정서가 나쁜 아이들은 감정 뇌에 허락을 받지 못하니 공부에 집중을 못 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는 학습에서 아이의 감정 상태를 잘 돌봐 주어야 합니다.
공부 정서가 망가지는 여러 가지 이유 중 첫째로 너무 일찍 시작해 버린 공부 때문입니다.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체 학습을 너무 일찍 시작해 버린 것이 아이의 공부 정서를 망가뜨립니다. 글자를 쓰거나 연산문제를 푸는 것과 같은 문자 학습은 일반적으로 만7세가 적절합니다. 이성의 뇌라 불리는 인지의 뇌는 만7세가 되어야 문자 학습을 소화할 수 있는 여력이 생깁니다.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말을 듣기 위해 태어나서 약 2년을 기다려 줍니다. 그러니 아이가 학습을 잘하는 모습을 보려면 7년 정도는 참고 기다려 주셔야 합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인지발달 신경과학 연구자인 고스와미 교수는 만 5세에 읽기를 시작하는 아이들과 만 7세에 읽기를 시작한 아이들의 이후 성취도를 비교하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를 통해 만7세에 읽기를 시작한 아이들이 성취도가 더 높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아이들의 뇌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는 상태에서 인지적 학습을 시작하면 ‘인지적 과부하’가 걸립니다. 교육학에서는 ‘인지적 과부하가 학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만 7세 이전에 문자 교육을 시키는 것이 언제나 잘못된 일일까요?
아이가 준비되었을 때나 학습에 대한 호기심이 있을 때, 문자 교육을 해주는 것은 괜찮습니다. 문제는 아이가 준비되지도 않았는데 문자 교육을 시킴으로 공부 정서를 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아이의 공부 정서를 망가뜨리지 않은 가장 쉬운 방법은 나이에 맞는, 아이의 지적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하게끔 도와주는 것입니다. 역으로 아이의 나이와 지적 수준을 뛰어넘는 공부를 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이 원칙만 잘 지켜도 아이의 공부 정서가 나빠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공부 정서가 망가지지 않으면 두 번째, 세 번째 기회가 올 수 있지만 공부 정서가 망가지면 기회 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 있습니다.
성적은 공부 정서가 결정합니다.
지금까지 책 [완전학습 바이블]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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