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책은 [어른의 어휘력]입니다.
‘하! 이놈의 건망증!’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혹시 이런 말을 사용해 보신 적이 있나요?
제가 자주 사용하는 말은 ‘그거! 그거! 그걸 뭐라고 하지?’ 이 말입니다.
저자는 머릿속에 형체는 있으나 명칭이나 이름이 바로 나오지 않는 이런 현상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낱말이 떠오르지 않는 걸 두고 사람들이 자꾸 나이 들어 생긴 건망증이라고 하는데 저는 건망증이 아니라 어휘력 부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견해가 맞는지 틀리는지 구태여 따지지 말고, 건망증이라고 하면 외워야 합니다.
어휘력 부족이라고 하면 어휘력을 키워야 합니다.
어휘력은 말발 센 게 아닙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어휘를 마음대로 부리어 쓸 수 있는 능력’이라고 풀이합니다.
이렇게 되려면 낱말을 양적으로 ‘많이’ 아는 것이 필요하긴 해도 낱말에 대해 ‘잘’ 알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여기서 ‘잘’이란 다른 낱말과 함께 배치했을 때, 의미나 어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섬세하게 파악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말이나 글의 의미나 어감을 쉽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눈치’가 부족하기보다 ‘어휘력’이 부족한 탓이 큽니다. 말은 맞는데 묘하게 거슬리는 말도 ‘인간미’가 부족하기보다 ‘어휘력’ 부족일 수 있습니다. 어휘력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힘이자 대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또한, 어휘력을 키운다는 것은 자신의 말이 상대의 감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작가는 1990년 독일 북부에 있는 킬(Kiel) 이라는 도시에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천안문 사태로 망명한 중국인 친구를 만났습니다.
복도에서 마주친 그는 ‘선경 너의 나라에도 바다가 있나?’라고 물었습니다.
얼른 바다가 있다고, 삼면이 바다라고 자랑했습니다.
‘멋지구나, 그런데 너희 나라 바다는 무슨 색이니?’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블루’라고 답했을 때, 그는 놀랍다는 듯 물었습니다. ‘정말?’
유선경 작가는 확신에 차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바다가 블루인 나라는 드문 거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질문을 덧붙였습니다.
‘너의 나라 삼면의 바다가 다 같은 색, 블루야? 확실해?’
수없이 바다가 갔던 작가는 그때야 비로소 깨달았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삼면의 바다가 모두 같은 색깔일 리 없다는 것을.
이 짧은 대화 속에서 사물과 대상을 그대로 순수하게 보지 못하고 남의 눈으로 보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말과 글의 관성에 갇혀 누르면 나오는 자판기처럼 타성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관성이나 타성은 건성이나 비슷한 말입니다. 반대말은 관심입니다. 사람이 제일가지기 힘든 것이 관심입니다. 온통 자기만으로 가득 차 깃털 한 개조차 꽂을 때 없는 것이 마음입니다.
대수롭지 않은 주변과 일상이라면 더욱 데면데면합니다. 옆에 있어도 옆에 없고 봐도 본 게 아니며 들어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관심이 없어 관성적으로 보고 듣고 타성적으로 쓰고 말합니다.
빌려온 눈이 아니라 내 눈으로 대상과 사물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표현 욕구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어휘력은 관심에서 출발합니다. 사물과 대상에 관한 관심이 없다면 어휘력을 늘리기 쉽지 않습니다.
라디오, TV, PC 통신, SNS 유튜브, 넷플릭스 등등 새로운 미디어 등장해도 변치 않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말’ 과 ‘글’입니다. 콘텐츠 형태가 어떻든 말과 글이 빠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온라인에서 다른 사람이 ‘말을’ 하는 것을 습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제 얼굴 보며 대화 나누는 일이 드물어졌습니다. 랜선 친구는 소통과 관계를 통해 상처받고 싶지 않고 손해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을 대변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공감 능력을 익히거나 인간관계를 배우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많이 말과 글을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백날 그 소리가 그 소리입니다.
어휘력은 감정과 말, 행동을 해석하고 싶은 욕구만큼, 그 필요성만큼 늘어납니다.
공감은 저절로 생겨나는 감정이 아니라 오랜 훈련과 철학적 경험이 필요합니다.
공감은, 어휘력을 키우는 으뜸 조건입니다.
‘좋아요’나 ‘♥’는 공감의 표시가 아니라 반응의 표시이며 많이 누른다고 공감 능력이나 어휘력이 늘지 않습니다.
책[어른의 어휘력]은 1장에서 어휘력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서 짚어줍니다.
2장은 어휘력을 키우는 기술에 앞서 전제되어야 하는 마음 자세에 대해 썼습니다.
3장은 어휘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해서입니다. 4장은 어휘력을 늘리고 사고력을 확장할 수 있는 사례들이 쓰여 있습니다.
글눈이 뜨고, 말귀가 트이는 일에 이 책이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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