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윤나 작가의 첫째 아이가 네 살 때 쯤 일입니다.
레고 세트를 사주었고, 아이와 아빠는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소방차 한 대를 만들었습니다. 아들은 조립을 마치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엄마에게 자랑하기 위해 안방으로 작품을 들고 발걸음을 옮기다 툭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잠시의 정적이 흐르고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소리 쳤습니다.
“엄마 미워!!! 다 엄마 때문이야!”
당혹스러웠지만, 감정을 가르쳐줄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에 못 이기고 있는 아들을 안고 “아들, 속상하지.... 지금 아들은 속상한 거야. 그러니까 화내지 않아도 돼.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말하고 엄마에게 위로 받으면 되는 거예요. 알았죠?”
이 말은 들은 아이는 눈을 몇 번 껌벅이더니, 더듬더듬 말했습니다.
“그럼 나 속상해요. 엄마 나 속상해요”.
그리고 더 크고 서럽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맘껏 울고 난 아들은 눈물을 닦더니 사라진 조각들을 찾아, 다시 신나게 아빠와 레고를 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속상함이라는 감정과 그 감정을 다루는 방식을 배웠습니다.
속상함, 상실감, 수치심과 같은 부담스러운 감정들도 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에 걸맞게 대우해 주어야 합니다.
그것으로부터 도망하거나 대항해서는 안됩니다.
‘그래, 난 지금 슬픈 거야.’ 라고 감정 자체를 인정하고 ‘ 내 얘기를 들어줘.’ 하면서 공감의
방식으로 감정을 해소해 나가야 합니다.
‘마음과 일치하는 말’을 하려면 먼저 감정과 친해져야 합니다.
평소에 진짜 감정을 인지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감정이 당신을 덮칠 때, 익숙한 몇 가지 감정만이 자동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그것이 당신을 결정하게 된다고 합니다.
감정과 말을 엇갈리지 않게 연결시키는 능력이어야 말로 넉넉한 말 그릇이 되기 위한 핵심요소입니다.
진짜 감정을 찾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그 안에 말하고 싶은 핵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말 그릇]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지니고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말 그릇의 상태에 따라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말' 이란 것은 기술이 아니라 매일매일 쌓아올려진 습관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보고, 느낀 것들이 뒤섞이고 숙성돼서 그 사람만의 독특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나오는 게 바로 말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말 습관을 지니고 싶다면, 말 그 자체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나를 함께 들여다봐야 합니다.
말로 영향력을 끼치려 하기 전에, 말 그릇 속에 사람을 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말은 몇 초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지만, 그 한마디 한마디에는 평생의 경험이 담겨있습니다.
사람들은 말 그 자체를 바꾸려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나’를 이해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말의 기술’ 에는 귀를 기울이면서도, ‘말을 향한 태도’ 에는 무관심합니다.
태도를 정비하는 일은 시간이 필요하고, 번거롭고, 골치 아프기 때문입니다.
손쉬운 기술만 익힌다면, 언젠가는 예전의 말하기 습관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말을 비워야 합니다. 그리고 내 감정과 마음을 더 바라보아야 합니다.
책은 나의 ‘말 그릇’돌아보게 해주고, 내 상황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진단하고 가르쳐 줍니다.
책을 통해 ‘나는 과연 말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가’ 성찰해보는 기회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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