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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두번째

by 책하나 2020.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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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환 작가의 에세이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두 번째 시간입니다.
한 번은 아쉬워서 이번엔 ‘엄마의 이름’이라는 소제목을 리뷰합니다.
먼저 심순덕 시인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를 소개합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 시인의 이 시는 [좋은 생각]의 100호 기념 100인 시집[그대의 사랑 안에서 쉬고 싶습니다]에 수록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시인은 1960년 강원도 횡계에서 아홉 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특히 엄마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서른한 살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그리움에 사무친 나머지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우리의 마음을 크게 울립니다.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왜 엄마의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만 여겼을까요. 늘 곁에서 주신 사랑의 소중함을 왜 자꾸만 잊어버리게 되는 걸까요. 내리사랑이라는 말처럼 그 한 없는 사랑의 소중함은 내 아이를 바라보면서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08년, 중국 쓰촨 지방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북부 산악지대에 있던 웬추안이 가장 피해가 컸습니다. 대부분 건물이 형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무너져 내려서 많은 사람이 그 아래 깔리게 됐습니다.
수많은 구급대원이 생존자를 찾기 위해 곳곳을 수색했는데, 어떤 곳에서 한 여성을 발견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미 몸이 싸늘하게 식어 있었죠.
그런데 그 자세가 특이했습니다. 오른손에는 젓가락을 들고 있었고, 자세는 구부린 채로 무언가를 감싼 모습이었습니다. 식사 도중에 지진이 일어나자 떨어지는 잔해를 황급히 온몸으로 막은 겁니다. 구조대원이 조심스럽게 여인의 몸을 들어 올리자, 거기에는 꽃무늬 담요에 싸인 갓난아이가 평화롭게 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요 안에는 휴대전화가 있었는데, 이런 메모가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아가야, 네가 살아있다면 이것만은 꼭 기억해주렴.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엄마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본인의 행복이었을 겁니다. 우리가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맺히는 이유일 테죠. 하지만 그런 마음만 갖지 말고 지금 엄마에게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건 어떨까요. 자신의 이름을 잊어버린 채 살아온 엄마의 이름 또한 종종 불러보면 어떨까요. ‘○○의 엄마’로 살아온 인생 또한 행복하고 기뻤다고 말씀하시겠지만, 엄마에게 다시 자기 이름으로 살아가는 행복을 되찾아 드릴 수 있다면 더 좋겠지요.

https://youtu.be/m71zOXps040

바쁘게 살다보면, 왜 바뻐야 되는지 모르고, 살게 됩니다. 나에 대해서, 가족에 대해서, 친구에 대해서 잊고 살게 됩니다. 책[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는 소중하지만, 소홀히 여기는 것들을 다시금 귀하게 일깨워 줍니다.
내가 읽은 책에서 나의 인생을 알아주는 문장을 발견한다면, 여러분은 어떠세요. 저는 책을 읽다 그런 문장을 만나면, 밑줄 치고, 옮겨적고, 접어놓습니다. 작가는 그런 문장들을 자신의 인생과 연결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살면서 그때그때 드는 감정들은 다양하고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는 문장은 어쩌면 같을 수 있겠네요.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2번째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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